“산불 피해 지역·교회 다시 세우는 구호·모금 함께 해주길”

입력:2025-04-08 03:30
공유하기
글자 크기 조정

한국교회봉사단 좌담회

한교봉 봉사자들이 지난 4일 경북 청송 진보문화체육센터 앞에서 이재민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있다. 한교봉 제공

지난달 경북 경남 울산 등을 덮친 기록적인 산불로 여의도 156배에 달하는 면적이 불에 타고 3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대표단장 김태영 목사)은 국민일보와 함께 공동모금을 펼치고 현장을 찾아 위로금을 전달하며 구호 활동을 진행한다. 이번 한교봉 구호는 각 지역 기독교연합회와 협력해 소통하며 적재적소에 찾아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김철훈 한교봉 사무총장과 전병덕 경북 영덕군기독교연합회 상임총무, 그리고 산불로 교회와 사택이 전소된 최병진 영덕 빛과소금교회 목사를 만나 현장 상황과 향후 구호 계획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좌담 내용.

< 참석자 >

김철훈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
전병덕 경북 영덕군기독교연합회 상임총무
최병진 영덕 빛과소금교회 목사

△김철훈 사무총장=지난달 21일 산불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튿날부터 피해 현장을 찾았다. 처음엔 경북 산청과 의성을 방문했는데 마을 초입에서부터 타는 냄새가 나고 검은 구름이 껴 있어 무서운 생각과 함께 걱정이 앞섰다. 상황을 파악한 뒤 한교봉은 밥차를 운영해 한 끼에 450명분, 지금까지 2만명분의 음식을 제공했다. 또 사망한 소방대원과 공무원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산불이 발생한 8개 지역 기독교연합회와 협력해 현장을 자세히 살피고 보다 효율적인 구호 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 또 모금 광고에도 각 기독교연합회 연락처를 명시해서 후원자와 피해 지역 교회가 즉각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병덕 상임총무=다른 지역도 피해가 컸겠지만, 영덕은 강풍으로 인해 불이 삽시간에 옮겨붙었다. 영덕에서만 사망자 10명이 발생했고 주택 1360가구가 불탔다. 영덕이 전국 송이버섯의 30%를 생산하는 곳인데 버섯농장을 비롯해 경운기 창고 사무실 등 피해도 컸다. 교회나 사택이 전소된 교회는 7곳, 심하지는 않아도 일부 피해를 당한 교회가 3곳이다.

어려운 중에 감사했던 것은 3년 전 큰 산불 피해를 입은 후 회복한 울진군기독교연합회가 피해 복구 노하우를 알려준 점이다. 긴급구호통장을 개설하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어 상황을 공유하며 거점이 될 수 있는 지역센터를 만들라는 도움말을 전해줬다. 울진 교회는 앞서 산불로 경황이 없을 때 한교봉이 가이드라인을 해줬다고 전했다. 덕분에 각 교단의 현장 방문을 비롯해 구호단체들의 구호 물품 전달 등이 잘 이뤄졌다.

△최병진 목사=산불 대피령을 듣고 전기가 끊기고 전화도 안 돼 무작정 포항으로 내려갔다. 우리 차량에 앞에 가던 오토바이가 쓰러질 정도로 바람이 심했다. 교회 성도에게 연락이 와서 교회가 다 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 처음에는 하박국 선지자처럼 하나님께 감사하자는 생각을 했는데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니 욥기를 묵상하게 됐다. 자신의 생일을 저주했던 욥처럼 내가 잘못 목회해서 이런 일이 생겼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절로 났다.

최병진 빛과소금교회 목사, 전병덕 영덕군기독교연합회 상임총무, 김철훈 한교봉 사무총장(왼쪽부터)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산불 피해 현황과 구호 계획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같은 피해를 겪은 성도와 주민들을 위로하고 싶어 식사도 하고 얘기도 나누는데 서로 눈물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현재 어머니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트라우마가 남을까 봐 걱정이다. 화재 직후 맞이한 주일에는 불타버린 교회 앞에서 성도들과 서로 위로하며 예배를 드렸다. 앞으로는 우리처럼 힘들거나 어려운 교회를 찾아가 격려하는 예배를 드리고 싶다.

△전 총무=울진이 복구되는 데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회복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현장을 살펴보니 전소되지 않은 교회도 제 역할을 못 하고 새로 지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몇몇 교회에 후원이 집중돼 다른 교회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지혜롭게 구호를 진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최 목사=감사한 것은 국민일보에 난 기사를 보고 여러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는 점이다. 교단과 구호단체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조현삼 서울광염교회 목사님이 전화를 주셔서 위로와 함께 지원금을 전해 주셨다. 이런 사랑을 주셔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힘이 났다.

△김 총장=긴급구호가 마무리되면 심리치료를 위한 상담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교회를 복구하는 것은 물론 이재민들이 새로운 집에서 새 출발을 하는 데도 도움을 주려고 한다. 아울러 불타버린 산림복구를 위한 나무심기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교봉 구호를 통해 교회만 다시 세우는 게 아니라 지역을 세우려고 한다. 물품만 보내는 게 아니라 하나님 마음까지 함께 보내겠다. 한국교회 성도들이 고향교회를 살리는 데 관심을 가져서 슬픔 당한 이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다시 웃음을 되찾길 바란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클릭! 기사는 어떠셨나요?

국민일보 문서선교 후원
국민일보가 꼼꼼히 읽어보고 선정한
오늘의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핫이슈 페이지에서 최신 이슈와 트렌드를 따라잡으세요!
HOT Issues핫이슈 주제와 관련된 기사를 모아볼 수 있는 코너입니다
尹 파면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 관저를 떠나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

관세 쇼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상호관세에 보복 대응을 한 중국에 부과한 합계 관세율이 125%가 아닌 145%라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마약 원료 수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