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가 ‘소액주주 권익 보호’(민주당), ‘기업 부담’(국민의힘)을 이유로 맞서다 다수당 단독 통과로 이어졌다. 여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민생 법안이 정쟁의 대상이 된 건 이뿐 아니다. 국민 삶과 국가 미래에 중요한 국민연금 개혁, 반도체특별법, 상속세법 개정안 등도 정치권의 이해타산과 진영 논리에 의해 합의 처리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게 골자다. 개정안이 소송 남발을 불러 경영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반대측 의견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다만 대주주 사익을 위해 기업의 중복 상장이 빈발해 일반 주주 이익이 침해된 점도 분명하다. 여야가 주주냐 기업이냐 식으로 택할 일이 아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조차 이날 “어떤 안도 부작용이 없지 않은데 원점으로 돌리는 건 문제다. 직을 걸고 (거부권 행사에) 반대할 것”이라 했다. 여당은 무조건 반대하기에 앞서 최적의 합의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반대로 국민연금안은 민주당이 소득대체율(받는 돈) 44%를 고집하며 합의에 실패했다. 국민의힘이 소득대체율을 43%에서 43.5%로 양보했지만 외면당했다. 민주당은 43%안을 받아들일 듯하다 물러났는데 하루 885억원의 적자가 쌓이는 마당에 0.5% 포인트차로 결렬됐다면 누가 납득하겠나. 반도체특별법과 상속세법 개정안 역시 각각 주52시간 근로 예외 적용에 반대하고 부자 감세 프레임을 의식한 민주당에 의해 타결에 제동이 걸려 있다.
모두 합의 처리가 결코 어렵지 않은 안들이다. 국리민복을 위해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중심을 잡아야 할 정당들이 책임을 방기했다. 한국 경제는 내수 침체와 미국발 관세전쟁이라는 안팎의 악재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은 관세전쟁이 악화되면 올해(1.5%)와 내년(1.8%) 성장률이 1.4%까지 하락할 것이라 경고했다. 위기가 코앞인데 정치권이 주판알을 튕길 땐가. 개혁안과 경제입법안을 속히 처리하지 않을 바엔 정치권은 감히 민생을 거론하지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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