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축산업계가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한국의 검역 규정을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지목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수입금지 해제를 이끌도록 요청했다. 우리가 민감하게 여기는 먹거리 안전을 정조준한 것이라 우려스럽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는 11일(현지시간) 무역대표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30개월 연령 제한 철폐와 양국 간 과학에 기반을 둔 교역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과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대두협회 등도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농작물에 대한 한국 수출 절차를 완화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교역 상대국의 모든 규제와 제도를 없애고 여의치 않으면 이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이런 요구를 토대로 한국 정부에 제도 개선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화되면 농가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먹거리 안전 문제는 우리 국민 정서상 매우 예민하고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 2008년 정부가 모든 연령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결정하자 광우병 위험에 대한 우려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불거졌다. 양국 협상 끝에 결국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만 허용됐다. 한국은 이미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금액 기준)이다. 그럼에도 30개월 이상 소고기까지 수입하라는 미국 측의 압박은 과도하며 바람직하지 않다. LMO 농작물은 인체 유해성과 생태계 교란 등의 우려로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국내 수입 및 재배가 허용되지 않았다. ‘광우병 파동’에서 겪었듯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먹거리의 수입 압박은 반미 정서까지 부추길 가능성이 커 한·미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현실적으로 무조건 반대만 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일본은 2003년 금지했던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2019년부터 전면 허용하면서 자동차 보복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한국 역시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다가올 상황을 대비해 고도의 통상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