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구인배수’가 지난달 0.28로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9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증가폭도 2004년 1월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설·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지속하면서 기업들의 채용 심리도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10일 공개한 ‘2025년 1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포털 ‘워크넷’에 등록된 신규구인인원은 13만5000명이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40% 넘는 10만1000명(42.7%)이 줄었다. 지난달 신규구직인원은 47만9000명을 기록했다. 인구 감소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3만3000명(6.5%) 감소했으나 구인인원 감소 규모가 훨씬 컸다.
구인배수는 구인인원에서 구직인원을 나눈 값으로 0.28을 기록했는데 1999년 1월 0.2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구인배수는 2023년에는 대부분 0.6을 넘었고, 지난해엔 0.5 안팎을 오르내리다 12월에 0.4까지 내려왔다. 일자리 감소세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17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11만5000명(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4년 1월 이후 가장 적은 증가폭이다. 건설업의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만1000명 감소하며 1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에선 고용허가제로 신규 채용된 외국인 가입자분을 제외하면 1만7000명 감소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감소한 신규구인인원을 업종별로 보면 절반 정도가 제조업에서 줄었다”며 “건설업, 도·소매업, 서비스업 등에서도 구인자 수가 감소하고 있어 결국 관련 산업의 경기가 둔화해 기업의 인력 수요가 많이 줄어든 것 아닌가 추정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1분기 체감 경기가 4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BSI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인데 지난달 조사에선 61에 그쳤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정재현 연구위원은 “제조업 경기 둔화는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돼 그 영향이 점차 누적되고 있다”며 “현재 국내외 상황 모두 불확실성이 높아 제조업에서 투자가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영세한 기업이 많은 금속·섬유 분야는 여건이 더욱 나빠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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