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소추로 한국 사회가 허우적대는 가운데 우려했던 트럼프발 리스크도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기자회견에서 일본과의 협력, 중국 시진핑 주석·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잇달아 과시하고 있지만 동맹 한국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또 전기차 지원 중단과 관세 부과를 재차 강조함으로써 한국 수출에도 비상이다. ‘한국 패싱’과 ‘무역 제재’라는 외부 악재가 동시에 권력공백기인 한국을 덮치는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인은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취임 전에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회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1000억 달러(143조6000억원) 규모 대미 투자계획을 소개했다. 전날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 부인인 아키에 여사와 환담했다. 취임 전부터 트럼프 당선인이 일본과의 민관 접촉에 적극적이다. 집권 1기 시절의 미·일 우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경제, 안보에서의 대중 봉쇄 의지에도 시 주석에 대해선 “내 친구였고, 놀라운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내년 취임식에도 초청했다. 김 위원장을 “내가 잘 지내는 또 다른 사람”으로 강조했다. 반면 계엄 사태 이후 한국에 대해선 철저한 무시로 일관 중이다. 취임 후 트럼프 특유의 정상 간 직거래 방식이 작동될 가능성이 높은데 한국은 리더십 부재로 외톨이가 될 처지에 놓였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 인수팀이 전기차 지원을 중단하고 모든 배터리 재료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한국의 현대차그룹 등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외교에서 소외되고 무역에 족쇄가 채워진다면 미래가 어찌되겠나.
현 상황에서 정상 외교가 어렵다면 차선책이라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의회 차원의 대미사절단, 미국통을 주축으로 한 민·관 특별사절단을 보내 우리의 사정을 설명하고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논의 중인 여야정 협의체에서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도 최우선 의제로 다루기 바란다. 트럼프 리스크를 넘으려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만이 아닌 국회, 민간이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