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뺑뺑이 사망’ 이어지는데 응급실 의사 블랙리스트라니

입력:2024-09-1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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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가 참여하도록 같이 노력하기로 했다. 의료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테이블 마련이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지만 의료계의 입장을 책임지고 설명할 대표 기구가 없어 논의가 공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위급한 환자가 치료받을 곳을 찾지 못해 소위 ‘뺑뺑이 사망’ 사태가 이어지는데 의료계 일각에서 응급실 근무 의사를 비난하는 글과 함께 블랙리스트까지 등장했다.

국민의힘 추경호·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의료계가 정치권과 정부가 차린 논의 테이블에 합류할 것을 여야가 한목소리로 주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협의체 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는 사이 응급실에서 악전고투하며 버티고 있는 의사의 신상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일도 벌어졌다. ‘000 선생님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환자 곁을 지키시기로 결심한 것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이 실명과 함께 적혀 있다. 그러나 범죄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일탈을 자제시키고 대화에 임할 대표 기구가 현재 의료계에는 없다. 여야의정 협의는커녕 내부의 입장 정리도 되어 있지 않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의대 증원 취소를 거듭 주장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증원 취소는 수험생과 학부모님들도 이해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의사들만을 고려한 인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공의가 협의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와 의료개혁 전반을 다룰 협의체에 전공의가 과도하게 대표성을 띠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뒤섞여 의료계는 혼란스럽다. 의료계는 서둘러 내부 논의를 거쳐 대표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전공의·의대생의 요구와 의사들 전체의 의견을 아우르는 입장을 정리해 협의체 테이블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과도한 언행에 대한 자정도 필요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운영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민족의 대명절 추석,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께 감사와 응원을 드린다”고 비꼬며 등장한 블랙리스트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국민들이 이런 막말을 내뱉는 의사들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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