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남매 중 넷째인 희재(가명·8)는 발달장애로 생후 12개월 수준의 언어를 구사한다. 최근엔 자폐 스펙트럼 증상까지 발견돼 신규 장애등록을 신청했다.
희재가 장애를 발견하게 된 건 막 돌이 지난 무렵이었다. 또래보다 언어발달이 더딘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어머니 김정선(가명·42)씨가 병원에 데려갔지만 돌아온 건 지적장애 판정이었다. 18개월부터 언어치료를 시작했는데 큰 차도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받은 언어검사에서 희재가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지극히 초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거나 식사는 가능하지만 단기 기억력이 거의 없어 보호자의 집중적인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연속으로 2~3개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데 어려움도 겪고 있다.
희재의 큰누나 희린(가명·13)이도 중증 자폐성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다섯 남매를 어머니 김씨 홀로 양육하고 있다. 기존에 다니던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한 후 자녀를 돌보며 야간 아르바이트까지 하지만 6인 가구의 생활비와 의료비 등 생계를 책임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씨는 지난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섯 아이의 성격이 다 다르다 보니 육아하는 데 다섯 배의 에너지가 든다”며 “경제적인 것도 너무 중요하지만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더 크다. 자녀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너무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백향목교회(유형재 목사)를 9년째 출석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녀의 사회성 발달을 위해 교회에 다녔지만, 이제는 김씨가 도움과 위로를 받는 유일한 피난처가 됐다. 교회 또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잘 품으며 함께하고 있다. 김씨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장애아동을 바라볼 때도 신기하다는 시선보다는 일반 아동과 똑같이 바라봐주는 사회가 오길 소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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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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