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은 1996년 유엔 해양법협약에 가입하고 이를 근거로 자국 연안에서 200해리까지 EEZ를 선포했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 수역은 폭이 400해리에 미치지 못해 각각 협의를 통해 정확한 경계 획정이 필요하다. 대신 한·일은 1999년, 한·중은 2001년 어업협정을 발효했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중은 어업협정을 통해 EEZ 주장이 겹치는 구역을 잠정조치수역으로 남겼다”며 “잠정조치수역은 말 그대로 잠정적인 것이어서 EEZ 문제가 최종 해결되기 전까지 이런 일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반도 주변 수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협상을 통해 EEZ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유엔 해양법협약은 EEZ가 겹치는 구간을 합의에 따라 ‘공평한 해결’을 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공평성 자체에 대한 기준조차 나라마다 의견 충돌이 분분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해양 문제에선 비타협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처럼 EEZ에 대해서도 과도한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해안선 길이, 인구 수, 역사적 권리 등을 말하는데 일반 국제해양법 질서에 맞지 않는 자기만의 논리”라고 했다.
‘해양굴기(海洋?起)’를 주창하는 중국이 서해 문제에서도 남중국해 분쟁 때처럼 강경한 태도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대북제재와 사드(THAAD)로 냉각된 한·중 관계가 서해 문제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다른 외교 현안과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사드와 북핵은 다자 문제지만 서해 불법조업은 한·중 양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분리돼야 한다”며 “중국이 자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방관하는 건 한국 어민의 생존권을 직접 건드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묵과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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