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OO를 허하라”...이 시대 교회가 MZ세대를 품는 법

입력:2024-11-21 17:36
수정:2024-11-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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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신촌성결교회에서 제43회 신촌포럼 개최
청년 맞춤형 목회와 창의적 예배 방안 논의

제43회 신촌포럼 참가자들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천성결교회(박노훈 목사)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도 부천의 새롬교회(이원돈 목사)는 몇년 전 취업을 준비 중인 교회 청년에게 “이 동네에서 할 일을 찾아보라”면서 생활비를 지원했다. 이 청년은 마을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방송국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이 과정을 지켜본 지역 청년들이 하나 둘 교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목회하는 새롬교회는 초창기 청년 성도가 거의 없었는데 10명 안팎에 달한다. 또 교회를 통해 마을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20여명에 이른다. 지역의 한 작은 개척교회가 청년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지역 청년들에게 ‘희망의 샘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성결교회(박노훈 목사)에서 ‘세대공감: 여기 다음세대가 오고 있다’를 주제로 열린 제43회 신촌포럼에서 공유됐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교회 이탈 원인과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한국교회는 청년들에게 화폐 자본이 아닌 사회자본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MZ세대를 위한 교회의 실천적 역할로 청년 취·창업 지원, 협동조합 설립, 공유 주택 제공 등을 제안했다.

이승문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 회장, 임성욱 연세대 교수, 전석재 다음시대연구소 대표, 정재영 교수, 김수경 신촌성결교회 청년, 한정우 은혜교회 목사(왼쪽부터)가 21일 신촌포럼이 열린 서울 서대문구 신천성결교회(박노훈 목사) 아천홀 무대 위에서 패널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포럼에서는 디지털 세대의 중심축인 MZ세대를 향한 교회 역할의 키워드로 ‘참여’ ‘소통’과 ‘공감’ 등이 꼽혔다. 정 교수에 따르면 MZ세대의 특징(표 참조)은 자신들의 소신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며, 작은 참여라도 변화를 일으키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또 이들은 교회에서도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는 동시에 신앙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현실은 여전히 벽이 높다. 일례로 많은 교회들이 장로 자격을 40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집사 역시 25세 이상의 성도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교회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에 활발하게 동참하는 외국교회와 구별된다. 미국장로교(PCUSA)의 경우 청년 자문위원단이 교회 의사결정구조의 일원이 되고 있고, 독일복음주의교회협의회(EKD) 총회에서는 25세의 여성 청년이 의장에 당선됐다.

다음시대연구소(대표 전석재 교수)의 2023년 발표에 따르면 Z세대 비기독교인 10명 중 8명은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이들은 한국교회 개선점을 팽창물질주의 극복, 사회공공성 회복, 목회자의 권위주의, 교회 공공성 회복 등으로 답했다”고 전했다.

서울 신촌성결교회 청년부 담당 목사가 지난 2월에 서울 서대문구 교회 본당에서 '재의 수요일'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신촌성결교회 제공

정 교수는 “MZ세대는 권위적인 소통보다 진정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관계를 중시하며, 신앙 공동체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멘토와의 관계 속에서 신앙을 성장시킨다”면서 청년들의 니즈(Needs)를 감안한 맞춤형 목회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포럼에서는 젋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창의적인 예배방식의 사례도 소개됐다. 오감(시·청후·미·촉각) 체험과 ‘실천신앙’이 눈길을 끌었다. 신촌성결교회 청년부는 사순절을 앞두고 ‘재의 수요일’에는 종려나무 잎으로 만든 재를 이마에 십자가 모양으로 그려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했다. 부활절 예배에서는 돌무덤 설치와 백합 꽃향기로 부활의 기쁨을 오감으로 체험했다.

또 가을 전도축제에서는 개인 묵상, 주변 사랑, 환경보호 활동 등을 실천하며 복음을 삶으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신촌성결교회 청년부 김수경(31)씨는 “가장 강력한 복음의 증거는 삶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며, 교회가 실천을 통해 MZ세대에게 신앙의 현실감을 높였다고 전했다.

서울 신촌성결교회 청년들이 가을전도축제 기간이었던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교회 주변 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신촌성결교회 제공

이밖에 오성현 서울신학대 교수는 MZ세대의 탈제도적 신앙을 위협으로만 보지 말고,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신앙 공동체와 예배 모델로 발전시킬 필요성을 제안했다. 임성욱 연세대 교수는 “교회가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의 반기독교적 문화를 이해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기독교적 가치를 창출할 문화 선교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노훈 목사는 “이번 포럼이 세대 간 공감을 이어가고, 한국교회의 현안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신촌포럼은 1997년 시작된 이래로 신학과 목회의 유기적 관계 형성을 통해 교회와 사회를 연결하는 통로를 마련해왔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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