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통신] 유럽의 왕, 1년간의 와신상담
G2 e스포츠 ‘캡스’ 라스무스 빈테르는 유럽의 왕이다. 지난해 친히 한국 원정에 나섰다가 월즈 스위스 스테이지의 벽을 넘지 못해 왕은 크나큰 좌절감과 굴욕감을 느꼈다. 고국으로 돌아온 뒤 그는 1년간 와신상담했다. 다룰 수 있는 병기를 늘리고, 몸과 정신을 더 날카롭게 다듬었다. 이제 1년 전과는 정반대로, 북상하는 한국과 중국 팀들을 모조리 소탕하고 런던에 자신의 깃발을 꽂을 준비를 마쳤다.
30일(현지 시간), 올해 LoL 월드 챔피언십 스위스 스테이지의 경기장이기도 한 독일 베를린 라이엇 게임즈 아레나에서 ‘캡스’를 만났다. 그는 “올해 월즈는 내게 정말 큰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나 유럽에서 열리는 만큼 큰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정말 우승하고 싶은 대회다. 얼른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스위스 스테이지 탈락 이후 왕과 G2는 패인을 천천히 곱씹어봤다. 답을 후반 운영에서 찾았다. 그는 “초반에 이득을 봐놓고도 실수 때문에 그르치는 경우가 반복해서 나왔다. 후반 운영이 미숙하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이득을 이용해 게임을 끝내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설령 초반에 불리하더라도 상대가 쉽게 게임을 마무리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도 보완했다”고 말했다.
경험이 쌓인 만큼 월즈처럼 큰 무대를 소화할 때 부담감을 컨트롤하는 방식도 터득했다. ‘캡스’는 “결국 우리(G2)가 깨달은 것은, 압박감과 부담감이 최고조일 때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우리는 LoL을 하러 왔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LoL은 우리가 매일같이 하는 게임이다. 작년에 했던 어떤 경기든, 지금 앞둔 경기든 본질적으로는 다를 바가 없다. 과거의 경험을 되새기고, 한숨 돌린 뒤 ‘이번 게임 또한 우리가 매일 하는 수많은 LoL 한 판 중 하나’라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월즈라고 해서 특별한 루틴이나 징크스를 갖고 있지는 않다. 반대로 나는 모든 경기를 월즈 무대라고 생각한다. 늘 같은 압박감을 느끼고 또 이겨내고자 한다. 따라서 늘 비슷한 루틴을 유지한다. 모든 경기를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소화하는 게 내가 침착한 상태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몇 년 전부터는 신체적 컨디션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그와 팀원들은 일찍 일어나서 연습 시간에 뇌가 가장 활성화되게끔 세팅한다. 이를 위해서 때로는 이른 시간부터 땀을 흘리기도 한다. 그는 “오늘도 일찍 일어나서 일정을 준비하고, 잠에서 확실히 깨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는 스크림 시작 직전에 일어나서 곧바로 연습에 들어가는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미리 일어나서 정신을 깨우고, 몸을 풀어주는 게 좋은 스크림 결과로도 이어지더라. 스크림을 통해서 얻어가는 점도 늘어났다. 이후로는 줄곧 이런 루틴을 유지하고자 한다.”
미드에 AP 챔피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메타에 대한 적응도 자신했다. 그의 주 무기기도 하다. ‘캡스’는 “미드 원딜 메타 자체는 재미있었다. 다만 메타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됐다고 생각한다. 거의 서머 시즌 내내 같은 메타였다”면서 “이제 더 다양한 픽이 등장할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메이지뿐만 아니라 암살자로 분류 가능한 아리, 르블랑, 아칼리 등도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나왔다. 우리도 다양한 색깔의 픽을 시도해볼 계획이다. 나는 이런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제 무조건적으로 미드 AD를 골라야 하는 시기는 지났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픽을 기용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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